늑대는 만능 포식자입니다. 길고 날렵한 턱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먹이를 잡아채고, 단단한 송곳니로는 커다란 사냥감의 옆구리나 다리를 물어서 쓰러뜨리지요. 또 늑대는 집단 사냥을 합니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사냥감을 공격해서, 자기들보다 훨씬 큰 동물도 거뜬히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사냥감을 죽인 후에는 두 가지 용도의 어금니로 사체를 찢습니다. 어금니는 작은 뼈를 으깰 수 있을 정도로 넓적하지만, 바깥 가장자리는 날카로워서 절단기처럼 근육과 살을 잘라 낼 수 있습니다. 

하이에나도 집단으로 사냥하지만, 턱이 늑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하이에나의 송곳니는 상대적으로 짧고, 고기를 잘라낼 수 있는 가장자리가 없습니다. 하이에나는 주로 뼈를 으깨서 골수를 먹기 때문에, 이빨이 넓고 튼튼하며 둥근 돔 형태를 띠고 있지요.
 
안면과 턱은 상대적으로 뭉툭해서 물리적 이점이 큽니다. 짧은 턱에 난 이빨들은 턱관절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입을 다무는 힘이 더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무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요.) 하이에나는 깨무는 힘이 엄청납니다. 이빨의 모양 때문에, 살코기를 자르거나 구멍을 내기보다는 뼈를 분쇄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하고 있지요.    
 

고양잇과는 턱의 속도보다는 물리적인 힘을 선호해서, 상대적으로 주둥이와 턱이 짧습니다. 이들의 어금니는 좁고 날카롭습니다. 다리나 뼈를 부러뜨리는 데는 쓸모가 없지만, 살을 베는 데는 이상적이지요. 고양잇과는 송곳니를 이용해서 먹이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척수를 절단합니다.
 
고양잇과는 특화된 점이 또 있습니다. 앞발을 젖힐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덕분에 유연한 앞발로 사냥감에 안정적으로 매달려서, 강력하게 물어 죽일 수 있는 자세가 가능합니다. 긴 송곳니를 똑바로 찔러서 의도한 대로 가죽 안에 깊이 박아 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멸종된 검치류의 송곳니는 정말 거대했습니다. 25센티미터에 달하는 이 대검으로 매머드의 등뼈도 절단할 수 있었지요. 검치류의 그런 이빨은 턱과 두개골 형태는 물론이고 몸의 자세와도 엄밀히 조율되지 않고는 힘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검치류는 위턱이 짧아졌는데, 송곳니가 턱관절에 훨씬 더 가까워짐으로써 엄청난 악력(bite forces)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검치류의 턱은 두꺼웠고, 턱관절은 활짝 젖혀져서 입을 유난히 크게 벌릴 수 있었지요. 검치류는 아래턱이 빠지지 않도록 항상 당기고 있어야 했습니다. 커다란 이빨을 사냥감 몸에 박아 넣기 전에 스테이플러 밑판처럼 아래턱이 밑으로 툭 떨어지지 않도록 말이지요.
 
검치류는 짧은 안면부와 편평한 두개골 때문에 머리가 뒤로 기울어짐으로써, 공격을 할 때 앞니가 전방을 향했습니다. 이렇게 바뀐 덕분에 이들은 가장 치명적인 육식 포유류가 될 수 있었지만, 자세나 머리 모양의 변화는 과다한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악명 높은 살코기 전문 포식자인 수각류 공룡(알로사우루스, 카르노타우루스, 그리고 잔혹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등처럼 두 발로 걷는 공룡)은 명백히 어금니나 소구치와 비슷한 이빨이 없었습니다. 절단용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도 없었고, 으깨기 위한 돔 형태의 이빨도 없었지요.
 
이들의 모든 이빨은 앞니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 결과 수각류 공룡은 육식 포유류가 보여 준 폭넓은 생태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결코 다양하지 못했습니다. 바꿔 말해서, 수각류 중에는 뼈를 으깨거나 절단할 수 있는 공룡이 없었습니다.

                                       -{도기즌 조성진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