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의 의미
참된 애견가라면 누구나 번식의 기쁨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번식을 경험한 모두가 '번식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긍정적인 대답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개를 가까이 하는 누구도 번식이라는 말뜻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말한다면 번식이라 함은 그 수를 증식하여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어휘가 그렇듯이 "번식"이란 용어도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이해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통상적으로 상용되는 의미의 번식은 "분양"이라는 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제 와서는 번식이라는 말이 분양이란 용어와 혼용되고 있거나 차라리 대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이라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코 번식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용어가 단순히 "새끼를 내서 파는 것"으로 오인되거나 잘못 사용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기초가 흔들려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번식은 가장 기초가 되며(결국 우리가 키우는 모든 개의 생산 과정이므로) 근간이 되는 뼈대이다.
흔히 훈련을 창조에 비유하는데 매우 적절한 비유라 생각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은 개를 보살피고 다듬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합목적한 개로 창조하는 훈련이야말로 진정한 창조 작업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기에 그 작업은 더욱 심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훈련이 창조중의 창조라면 번식은 과연 무엇인가?
번식은 과학이다. 새삼 멘델의 유전법칙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번식이 과학적 근거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콩심은 데는 콩나고 팥심은 데는 팥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번식의 근본적인 원리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가 앞인지 꼬리가 앞인지 분간치 못하고 헤맨다면 결코 우리에게서 발전은 기대할 수 없으며, 결국 오랜 정체 속에서 발전을 지양하는 현 실정에도 모자라 결국 퇴행의 비탈을 치닫게 될 것이다. 얽혀있는 매듭이 있다면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자꾸 흔들고 털어 문제점만을 떠들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기에 이쯤에서 한가지 생각해 볼만한 점을 제시한다.
견종표준과 종족적 표현의 구분
특별한 목적 즉 수렵견(Hunting Dog), 썰매개(Sleding Dog). 원반훈련(Disc Dog)등 기능을 우선하여 믹스견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순수한 번식에 있어서는 반드시 견종표준서(Breeding Standard)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포함한 어떠한 입장에도 우선되어야 한다. 이유는 견종표준서는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순수혈통의 모든 견종은 제각기 지리적인 환경과 기후의 영향 등에 의해 출현되어졌으며, 이후 문화적인 환경과 사회적인 필요와 목적에 의해 고정되어 지며 발전했다. 따라서 표준서의 이해는 심미적인 추구 이전에 견체 역학의 기본을 학습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각 견종의 생성과정과 발전에 있어 추구되었던 모든 자료를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견종표준서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종족적인 표현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충족적 표현이 견종표준서와 의미에 있어 상대적으로 비교될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두 단어는 그보다는 서로 보완적이며 우리가 개를 살펴봄에 있어 총괄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 단어의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번식에 있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견종표준과 종족적 표현의 비교
종족적 표현이라 함음 단적으로 말하자면 "느낌"에 가까운 단어다. 신체적인 부위로 말하자면 머리에서 그리고 특히 얼굴에서 또한 눈에서 두드러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표정이며 느껴지는 인상(성격;기질)이다.
다소 각 견종에 부합되는 정확한 모질의 표현과 자세 등에서도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단연 종족적 표현은 얼굴에서 표현되는 것이다. 종족적 표현은 말뜻 그대로 각 견의 개성을 일컫는 말과는 구별 되어야 하며 그보다는 각 견종이 가져야 하는 북방견이며 북방견다운 그중 진도라면 진도다운, 테리어라면 테리어 다운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한 관찰, 각 견종의 역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편견 없는 객관적 안목의 자신감, 또한 직관에 의한 고민(각 견종에 대한 이상을 머리속에 그리는...)에 의해 길러질 수 있다.
잠깐 다른 비유를 들자면 종족적 표현에 대한 직관의 이해는 무대예술중 마당극을 보는 것과 같다. 마당극은 배경의 설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설정된 상황을 직관으로써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개의 종족적 표현 역시 그러한 직관의 눈으로써 관찰될 수 있다. 종족적 표현에 있어서는 단정적인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객관적 심미안으로 접근하다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개인적인 편견이나 주장이 있을 수 없다. 반면 견종표준의 이해는 경륜과 경험에 의해 저절로 습득할 수 없으며 반듯이 정확한 학습과 이해의 주지에 의해 배양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견종표준은 종족적 표현보다는 구체적이고 직관에 의한 느낌이기보다는 논리적인 것이다. 각 견종표준에 포함된 내용 중에는 일반 외모라는 것이 있다. 이 부분이 다소 종족적 표현과 비슷한 정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 외모는 느낌보다는 구체적인 생김새를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용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번식과 관련을 갖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족적 표현을 고려하지 않고 구성이 뛰어난 견만을 찾는다면 이것은 견의 운동성만을 중시하는 것으로 순수견 번식의 의미가 희박해 지는 것이며, 반대로 견종표준의 학습의 이해 없이 종족적 표현만이 우수한 견을 우선한다면 그 또한 견체 역학의 메커니즘을 무시한 바람직하지 못한 번식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학습이 없는 직관에 의한 번식의 계획은 자칫 자신만의 편견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견이 있을 수 없으므로 번식은 이상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번식을 계획하고 견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종족적표현과 견종표준을 모두 중시하며, 현재 자신의 소유하고 있는 견을 정확히 파악하여 번식프로그램을 만들고 거기에 따른 최선의 노력을 해야 성공적인 번식을 이룰 수 있다.
※종족적 표현(Expression of the breed)은 어휘의 범주상 견종표준(Breed standard)에 포함될 수도 있으나 각 용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번식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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